아파트를 계약하고 나면 다들 대출이자와 중개수수료는 꼼꼼히 따지면서 취득세는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9억 넘으면 세금이 3배로 뛴다”거나 “6억만 넘어도 세율 구간이 확 바뀐다” 같은 말을 그대로 믿고 매매가를 정하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실제로 매매가 5,980만원 차이로 취득세가 300만원 넘게 벌어진 사례도 봤지만, 그 차이가 어디서 왜 생기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습니다. 오늘은 이 흔한 착각이 어디서 시작됐고, 실제 계산은 어떻게 다른지 짚어보겠습니다.
많이들 하는 착각, “구간이 바뀌면 세금도 계단식으로 뛴다”
주택 취득세는 매매가 구간에 따라 1퍼센트에서 3퍼센트까지 차등 적용됩니다. 6억 이하는 1퍼센트, 6억 초과 9억 이하는 구간에 따라 1퍼센트에서 3퍼센트 사이에서 계산되고, 9억을 초과하면 3퍼센트가 적용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6억과 9억이라는 숫자가 마치 계단의 턱처럼 느껴지고, 그 문턱을 넘는 순간 세금이 확 뛸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매매가를 6억 아래로, 혹은 9억 아래로 맞추려는 협상이 시장에서 자주 벌어집니다.

왜 이런 오해가 생길까
세율표만 놓고 보면 6억 이하 1퍼센트, 6억 초과 9억 이하 1퍼센트에서 3퍼센트, 9억 초과 3퍼센트라는 세 줄짜리 표로 요약됩니다. 이걸 그대로 외우면 6억과 9억이 똑같은 성격의 경계선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6억에서 9억 사이 구간이 단순히 6퍼센트나 9퍼센트짜리 고정 세율이 아니라 매매가에 따라 세율 자체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선형 산식으로 계산됩니다. 이 계산식의 존재를 모르고 대출 한도만 보고 매매가를 정했다가 예상보다 세금이 많이 나와 당황하는 분들을 여러 번 봤습니다. 즉 착각의 뿌리는 세율표를 계단으로 읽었지, 그 안에 숨어 있는 산식을 안 읽은 데 있습니다.
실제로는 6억 문턱은 완만하고, 9억이 진짜 절벽이다
6억 이하 구간은 취득세율 1퍼센트로 가장 낮습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5억 8,400만원 아파트라면 취득세는 584만원이고 지방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를 더하면 실제 납부액은 660만원 안팎이 됩니다. 그런데 6억을 살짝 넘긴다고 해서 세금이 갑자기 뛰지는 않습니다. 2020년 7월부터 6억 초과 9억 이하 구간이 매매가 대비 선형 산식으로 계산되도록 바뀌면서, 6억이라는 숫자 자체는 사실상 계단이 아니라 완만한 경사가 됐습니다. 매매가 5억 9,000만원이면 세율 1퍼센트로 취득세 590만원, 매매가 6억 1,000만원이면 세율 1.067퍼센트로 취득세 650만원 정도입니다. 매매가가 2,000만원 차이 나는데 세금은 60만원만 늘어나는 셈이니, 호가를 5억 9,900만원으로 깎으려고 애쓰는 협상은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반대로 매매가 6억 2,000만원이면 세율이 약 1.13퍼센트로 취득세가 700만원 조금 안 되는 수준이지만, 매매가 8억 5,000만원이면 세율이 2.7퍼센트를 넘어서면서 취득세만 2,300만원에 육박합니다. 이렇게 같은 구간 안에서도 매매가가 2억 넘게 차이 나면 세금도 세 배 이상 벌어집니다. 그리고 진짜 절벽은 6억이 아니라 9억에서 나타납니다. 매매가 8억 9,000만원이면 취득세 2,611만원에 지방교육세 약 78만원을 더해 총 2,689만원 수준인데, 매매가 9억이 되는 순간 세율이 3퍼센트로 고정되고 지방교육세율도 0.3퍼센트로 튀면서 취득세와 교육세 합계가 2,970만원으로 올라갑니다. 여기에 중개보수 요율이 0.4퍼센트에서 0.5퍼센트로 올라가고, 전용면적 85제곱미터를 초과하면 농어촌특별세 0.2퍼센트포인트까지 붙어 180만원이 더 얹어집니다. 결국 9억을 갓 넘긴 물건과 8억 9,000만원대 물건 사이에는 300만원에서 500만원대의 부대비용 계단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또 하나의 착각, “계약서 금액이 곧 과세표준이다”
세율표를 정확히 안다고 해도 놓치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과세표준이 매매계약서에 적힌 금액 그대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발코니 확장비나 유상옵션, 중도금 이자, 분양권 프리미엄까지 합산된 금액이 실제 과세표준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계약서상으로는 8억 9,000만원짜리 매물이었는데 옵션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9억을 넘겨버려 세율 구간 자체가 바뀌는 상황이 실무에서 종종 생깁니다. 같은 맥락에서 전용면적 85제곱미터를 초과하는 주택은 농어촌특별세 0.2퍼센트포인트가 추가로 붙어 6억 이하 구간의 실효세율이 1.1퍼센트에서 1.3퍼센트로, 9억 초과 구간은 3.3퍼센트에서 3.5퍼센트로 올라갑니다. 9억짜리 아파트라면 이 차이만 180만원입니다. 전용면적과 옵션 항목까지 확인하지 않고 세율표 숫자만 대입해서 계산하면 실제 잔금일에 마주치는 세금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금까지 설명한 구간별 세율은 1주택자 기준이라는 점도 자주 오해되는 부분입니다.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8퍼센트, 3주택 이상이거나 법인 명의라면 12퍼센트까지 취득세율이 뛰어오릅니다. 매매가 7억짜리 아파트를 2주택자가 취득한다면 취득세만 5,600만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조정대상지역 지정 여부와 개인 주택 수 산정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계약 전 관할 시청이나 세무사를 통해 정확히 확인해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여기서 한 겹 더 확인할 게 있는데, 배우자가 몇 년 전 지방에 소유했던 소형 오피스텔이나 지분으로만 걸려 있던 주택이 하나라도 있으면 생애최초 감면 대상에서 제외되고, 취득세 주택 수는 부부를 하나의 세대로 합산해서 판단하기 때문에 본인은 무주택이어도 배우자 명의 주택 때문에 2주택자 세율 구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실전에서 확인해야 할 것들
세율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과세표준을 조정할 여지는 있습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는 조건을 충족하면 취득세 감면 혜택이 있고, 매매가가 6억이나 9억 경계선에 걸쳐 있다면 옵션 비용이나 별도 계약 항목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과세표준을 낮추는 경우도 실무에서 종종 봅니다. 다만 이런 방식은 계약서 작성 단계부터 법무사나 세무사와 상의해서 진행해야 나중에 문제가 안 생깁니다. 임의로 계약서를 쪼개거나 다운계약서 형태로 처리하면 오히려 가산세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협상 단계에서는 6억보다 9억 경계선을 더 신경 써야 합니다. 앞서 본 것처럼 6억 언저리는 세금 차이가 완만하지만, 9억 언저리는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중개보수, 경우에 따라 농특세까지 겹쳐 300만원에서 500만원대 차이가 한 번에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매도자 입장에서도 이 지점에서는 몇백만원 정도 협상 여지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용면적이 85제곱미터를 넘는 매물이라면 농특세까지 포함해서 계산기를 한 번 더 돌려보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정확한 매매가와 전용면적, 옵션 항목까지 넣어서 세액을 한 번 더 계산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몇백만원의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9억 문턱을 넘긴다면 따져봐야 할 숫자
9억을 살짝 넘긴 물건을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그 위에서 발생하는 취득세와 중개보수 증가분을 집값 상승으로 회수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계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9억 위 물건에서 늘어나는 400만원대 초과 비용만 뽑으려 해도 대략 0.5퍼센트포인트의 가격 상승이 필요하고, 취득세와 중개보수를 합친 약 3,300만원 전체를 회수하려면 3.7퍼센트 정도의 상승이 요구됩니다. 2년 안에 되팔 계획이 있는 물건이라면, 이 회수 기간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8억 9,000만원대 물건으로 눈을 낮추는 편이 세후 기준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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