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2000만원 물려줄 때, 현금 대신 주식 증여가 유리한 이유와 그 반대의 경우

핵심 요약

  • 현금과 주식 증여 세금 차이
  • 세대생략 할증 30~40% 함정
  • 평가일 선택이 좌우하는 유불리
  • 증여할 종목 선택 세후 계산

추석 전후로 손주 계좌에 목돈을 넣어주려는 조부모가 늘어난다. 현금 봉투로 줄지, 삼성전자 같은 상장주식으로 줄지 고민이 생긴다. 겉보기엔 똑같은 2000만원이지만 세금 계산법이 완전히 다르다. 현금은 액수 그대로 평가되지만 주식은 평가 시점에 따라 값이 흔들린다. 이 차이를 모르고 넘어가면 나중에 국세청 안내문을 받고 당황할 수 있다.

현금 2000만원과 주식 2000만원, 계산법부터 다르다

직계존속이 미성년 손주에게 증여할 때 10년간 2000만원까지는 세금이 없다. 성인 손주라면 한도가 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여기까지는 자녀에게 주는 경우와 똑같다. 다만 손주는 부모 세대를 건너뛴 증여라 세대생략 할증이 붙는다. 할증률은 원칙적으로 30퍼센트다. 증여재산가액이 20억원을 넘고 수증자가 미성년자라면 40퍼센트까지 올라간다. 목돈 2000만원 수준에서는 공제 한도 안이라 할증세가 붙을 일이 적지만, 한도를 넘겨서 주는 순간 이 할증률이 그대로 더해진다는 점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현금 증여, 계산은 단순한데 손에 남는 건 그대로다

현금은 계산이 쉽다. 2000만원을 줬다면 평가액도 정확히 2000만원이다. 국세청 입장에서 다툼의 여지가 거의 없는 방식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현금은 그 자체로 불어나지 않는다. 손주가 학원비나 용돈으로 써버리면 10년 뒤에는 흔적도 남지 않는다. 반면 같은 금액을 성장 가능성 있는 종목이나 지수 ETF로 바꿔서 줬다면, 이후 오른 만큼은 추가 증여세 없이 온전히 손주 몫이 된다. 이게 주식 증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이다.

주식 증여, 평가일을 언제로 잡느냐가 세금을 바꾼다

상장주식은 증여일 전후 각 2개월, 총 4개월간의 종가 평균으로 평가한다. 증여하는 날 하루 가격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부분에서 유불리가 크게 갈린다. 예를 들어 어떤 종목이 증여일 직전 급등했다가 이후 두 달간 조정을 받는다면, 평가액은 실제로 손주가 받은 가치보다 높게 잡힐 수 있다. 반대로 조정을 마치고 반등하는 국면에 증여했다면 평가액은 낮은데 이후 상승분은 세금 없이 손주에게 돌아간다. 다만 상장주식 시가 산정 방식이나 세대생략 할증 적용 여부는 개별 재산 규모와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홈택스 증여세 자동계산 코너나 세무사 상담을 거쳐 미리 확인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어떤 조건이면 주식이, 어떤 조건이면 현금이 나은가

판단 기준은 생각보다 명확하다. 손주가 10년 이상 보유할 여건이 되고, 증여 시점에 종목 가격이 과열 구간이 아니라면 주식 쪽이 유리하다. 오른 만큼은 세금 없이 쌓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손주에게 당장 학비나 병원비처럼 확정된 지출이 필요하거나, 증여하려는 종목이 최근 두 달 사이 급등해서 평가액이 부풀어 있는 상황이라면 현금이 낫다. 세금은 고점 평균으로 내는데 실제 가치는 그보다 낮아지는 역전이 생길 수 있어서다. 결국 보유 기간과 평가 시점의 가격 위치, 이 두 가지를 같이 봐야 답이 나온다.

잘못 고르면 생기는 문제, 할증세와 평가액 착시

세대생략 할증을 모르고 신고하면 나중에 가산세까지 붙어서 돌아온다. 미성년 손주 명의로 큰 금액을 넘길수록 이 리스크가 커진다. 또 하나 흔한 실수는 평가액과 실제 가치를 혼동하는 것이다. 증여 당시 4개월 평균가로 세금을 냈는데, 이후 주가가 30퍼센트 넘게 빠지면 손주 입장에서는 세금만 비싸게 낸 셈이 된다. 미성년자 명의 계좌는 실질적으로 부모가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손주가 직접 매매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증여 이후 운용 권한을 누가 갖는지까지 가족끼리 미리 정리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분쟁의 씨앗이 된다.

기왕 줄 거라면 무엇을 담을지가 진짜 문제다

자산운용 쪽에서 일하던 시절에 깨달은 게 있는데, 종목을 잘 고르는 것보다 세후 수익률을 계산하는 습관이 더 큰 차이를 만든다는 점이었다. 같은 S&P500을 담아도 국내상장 해외ETF는 매매차익이 배당소득으로 15.4퍼센트 원천징수되고, 다른 이자·배당과 합쳐 연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로 넘어간다. 반면 미국 시장에 직접 투자하면 250만원 공제 후 22퍼센트 분리과세로 끝난다. 계산해보면 차익이 1000만원을 넘어가는 구간부터는 직투가, 그 아래이거나 손주 명의 계좌를 연금저축처럼 장기 세제혜택 통로에 묶어둘 수 있다면 국내상장 ETF 쪽이 세후로 더 남는다. 그래서 한 계좌에 몰지 않고 나눠 담는 편이 유리하다. 배당주도 마찬가지다. 고배당 코스피 종목을 모아 연 3000만원어치 배당을 만들면 종합과세에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 문제까지 겹쳐, 표면 5퍼센트 배당이 실효로는 3퍼센트대로 깎이는 경우를 자주 본다. 게다가 은행·보험·통신·지주로 채운 고배당 포트폴리오는 종목 수를 20개로 늘려도 결국 금리와 정부 정책이라는 한 가지 변수에 몰려 있는 구조다. 배당주와 ETF로 흔들림을 줄이는 방법을 참고하면, 손주에게 물려줄 자산도 국내 배당과 미국 성장주를 따로 나눠 담아야 하는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결론, 증여는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계좌 설계다

현금 2000만원은 안전하지만 그 자리에 머문다. 주식 2000만원은 세대생략 할증과 평가일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오른 만큼을 세금 없이 넘겨줄 수 있는 통로다. 둘 중 하나만 고르지 말고, 지출이 정해진 몫은 현금으로, 장기로 묵혀둘 몫은 종목과 계좌를 나눠 주식으로 설계하는 편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돈을 손주 손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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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학사

전직 트레이더 겸 펀드매니저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에서 체감했던 금융과 자산관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소개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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