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이 너무 시끄러운데, 이거 시공사한테 따질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입주민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이 질문으로 수렴한다. 답부터 말하면, 따질 수 있는 경우와 못 따지는 경우가 명확히 갈린다. 그리고 그 경계가 생각보다 깐깐하다.
윗집 소음, 정말 시공사 책임으로 물을 수 있을까
법적으로 건축물의 ‘하자’란 공사상 잘못으로 균열, 침하, 파손, 누수, 기능 미달 등이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 층간소음이 여기 들어가려면 단순히 시끄럽다는 수준을 넘어 설계 기준이나 시공 기준에 미달했느냐가 핵심이다. 국내 공동주택 바닥 충격음 차단 기준은 경량 충격음 58dB 이하, 중량 충격음 50dB 이하다. 이 수치를 넘으면 기술적으로 기준 미달이지만, 이것만으로 하자 판정이 자동으로 나오진 않는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지점이 있다. 2022년 8월 이후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단지는 사후확인제가 적용돼 실제 시공 후 세대별로 경량 58dB, 중량 49dB 기준을 실측으로 확인받아야 한다. 반면 그 이전 단지는 시공사가 제출한 설계도서, 즉 인정바닥구조 서류로만 사전 심사를 받는 사전인정제였다. 실측값이 기준을 훌쩍 넘어도, 제출된 인정바닥구조대로 시공만 됐다면 하자를 주장하기가 훨씬 어렵다는 뜻이다. 준공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같은 소음이라도 법적 무게가 완전히 달라진다.

측정값 하나로는 안 되는 이유
“측정해보니 기준치를 넘던데, 이걸로 끝난 거 아닌가요?” 아니다. 입주자가 직접 스마트폰 앱으로 잰 수치는 법적으로 거의 의미가 없다. 공인된 측정 장비를 갖춘 기관이 KS 기준에 따라 측정한 결과여야 한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나 지방 환경청, 공인 음향 측정 기관에 의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측정 조건도 중요하다. 배경 소음 수준, 측정 시간대, 측정 위치가 규정에 맞아야 한다. 이 조건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상대방 법무팀이 결과의 신뢰성을 바로 문제 삼는다. 펀드 운용 시절 소송 리스크를 분석하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증거 자료의 절차적 흠결이 실체적 진실보다 결과를 뒤집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층간소음 분쟁도 다르지 않다. 측정 결과 숫자가 명백해도, 그 결과를 얻은 절차가 허술하면 법적 효력이 흔들린다. 측정 비용은 통상 1회 30~60만 원 선이며, 복수 측정이나 전문가 감정으로 이어지면 비용이 빠르게 늘어난다. 집합건물법이나 하자담보책임 소송으로 넘어가면 법원 감정 절차가 별도로 붙고, 이 비용은 수백만 원대를 예상해야 한다.
담보책임기간과 절차, 순서를 놓치면 답이 없다
측정값이 나왔다고 끝이 아니다. 하자담보책임 기간이 지나면 시공사에 청구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마감 공사 관련 하자는 입주 후 2년, 방수·단열은 5년, 구조체는 10년이다. 층간소음은 바닥 마감재 시공 불량이 원인이면 2년, 슬래브 두께나 구조적 설계 문제라면 더 긴 기간이 적용될 수 있다. 같은 소음을 두고 ‘마감 하자’냐 ‘구조 하자’냐로 의견이 갈려 소송이 길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절차도 순서가 있다. 가장 먼저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1661-2642)에서 무료 상담과 현장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기관은 중재만 할 뿐 강제력이 없다. 다음으로 시공사나 관리주체에 서면으로 하자 통보를 해야 하는데, 이 통보 시점이 소멸시효 계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내용증명으로 발송 일자와 수신 확인을 남겨야 한다. 그다음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국토교통부 산하)를 거치는 게 소송보다 비용과 시간 면에서 현실적이다. 조정이 결렬되면 그때 소송을 고려하는 순서가 맞다.
입주자 과실이냐 구조적 하자냐, 여기서 많이 갈린다
시공사가 가장 많이 쓰는 방어 논리가 “이건 시공 문제가 아니라 윗집 생활 방식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아이가 뛰는 소리, 가구를 끄는 소리는 어떤 구조로 시공해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타당하다. 하지만 법원은 ‘입주자의 통상적인 생활 방식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설계 기준 범위 내에서 차단할 수 있도록 시공했는가를 따진다. 일반적인 생활 소음을 기준 이내로 차단하지 못하면 시공사 책임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윗집이 통상적 생활을 벗어난 과도한 충격을 반복한 경우라면 시공사 하자가 아니라 이웃 간 민사 분쟁으로 넘어간다.
실제 분쟁에서 중량 충격음이 54dB로 기준(50dB)을 초과했는데도, 법원이 윗집 거주자의 생활 방식을 감안해 시공사 책임 비율을 63%만 인정한 경우가 있었다. 책임이 100 대 0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과실 비율로 쪼개지는 구조라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소유자 아닌 임차인이라면, 그리고 배상액의 현실
“저는 전세 사는데, 이 절차를 제가 직접 할 수 있나요?” 결론은 아니다. 하자로 인정되어도 보수 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집합건물의 소유자, 즉 집주인에게 귀속된다. 임차인이 직접 시공사나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법적 지위 자체가 없다. 임차인이 할 수 있는 건 집주인에게 하자 사실을 서면으로 통보하고, 집주인 명의로 하자보수청구나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집주인이 협조하지 않으면 사용·수익 방해를 근거로 월세 감액이나 계약 해지를 검토하는 쪽이 현실적이고, 전세라면 갱신 시점에 재계약 조건 협상 카드로 쓰는 방법도 있다.
그럼 하자가 인정되면 얼마나 받을까. 보수 비용은 바닥 완충재 교체, 뜬바닥 구조 추가 시공 등 실제 개선 공사 기준으로 산정되며, 세대 면적에 따라 800만 원에서 1,840만 원 선에서 견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 입주해 생활 중인 세대에서 이 공사를 실제로 진행하긴 어려워, 금전 배상으로 합의되는 경우가 많다. 위자료는 단독 소송에서 100만 원~300만 원 수준이 일반적이라 기대만큼 크지 않다. 여러 세대가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하면 하자 인정 확률이 높아지고 소송 비용 분담도 가능해져, 개인 단독 소송보다 유리한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참고로 아직 계약 전이라면 사전 점검일에 바닥 두께를 확인하거나, 분양 계약서와 설계도서에서 슬래브 두께와 완충재 종류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법적으로 신축 공동주택 바닥 두께 기준은 슬래브 210mm 이상이며, 분양 모집공고문의 바닥 충격음 성능 등급(1등급이 가장 우수, 4등급이 최저 기준)도 청약 전에 챙겨볼 만한 항목이다.
결국 남는 함정, 그리고 판단의 경계
여기까지 오면 함정 하나가 남는다. 하자 여부를 가르는 실질적 경계는 ‘얼마나 시끄럽게 느껴지느냐’가 아니라, 애초에 인정받은 바닥구조와 슬래브 두께 210mm대로 시공됐는가, 그리고 2022년 8월 이후 사업계획승인으로 사후확인제가 적용되는 단지인가에 있다. 이 두 가지로 판이 갈린다.
규정대로 시공된 구형 단지는 아무리 시끄러워도 시공사 하자가 아니라 이웃 간 분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환경분쟁조정에서 나오는 배상금은 세대당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대 수준이라, 앞서 말한 감정비와 변호사비를 감안하면 회수 기간이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 반대로 완충재 누락이나 슬래브 두께 미달처럼 도면과 실제 시공이 어긋난 케이스가 잡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담보책임기간(마감·미장 2년, 구조체 10년) 안에만 들어오면 단지 전체가 집합소송으로 묶여 감정비를 n분의 1로 쪼갤 수 있고, 회수 구조 자체가 완전히 바뀐다. 그래서 입주 초기 2년 안에 도면과 실제 시공을 대조해두는 작업이 실익을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
다만 소송에 원고로 이름을 올리면 중간에 집을 팔 때 배상금 청구권 승계 처리가 번거롭고, ‘소음 소송 단지’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매수자 풀이 줄어 호가를 깎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3년 내 매도 계획이 있다면, 소송 참여 자체가 유동성을 잠그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걸 미리 계산해두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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