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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두 개인데 배당은 왜 한쪽 계좌로만 몰릴까
이번 경상수지는 497억 3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찍었다. 반도체 수출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316억 1000만 달러나 팔아치웠다. 역대 최대 매도 규모다. 내국인은 반대로 해외 주식을 35억 6000만 달러 늘렸다.
숫자만 보면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는 다르게 읽어야 한다. 외국인이 빠진 자리는 배당 매력이 있는 종목 위주로 개인 매수세가 채우는 경우가 많다. 코스피 지수 자체보다 종목별 온도차가 커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맞벌이 부부가 부딫히는 문제는 지수 방향이 아니라 훨씬 실무적인 지점에 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나 어린이집비 같은 고정지출은 매달 정해진 날짜에 빠져나가는데, 배당은 분기나 연 1회로 들어온다. 이 시점 불일치를 감안하지 않고 비중만 늘리다 보면, 배당 대기 기간에 다른 계좌에서 돈을 빼서 메우는 일이 반복된다.
부부 합산으로 계좌를 보는 습관이 문제를 키운다
많은 부부가 투자를 설계할 때 두 사람의 소득과 계좌를 하나로 합쳐서 생각한다. 배당주 비중이 몇 퍼센트고 ETF가 몇 퍼센트인지 가계 전체 기준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그런데 금융소득종합과세 2000만원 기준이나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기준은 부부 합산이 아니라 인별로 적용된다. 남편 배당소득과 아내 배당소득은 각자 따로 계산된다는 뜻이다. 이걸 놓치고 부부 합산 포트폴리오로만 접근하면, 같은 비중을 담아도 세후수익률에서 손해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한화가 최근 목표가를 유지한 배경에는 자회사 배당 확대가 있다. 4월에 자기주식 5.9%를 소각했고, 최소 주당배당금을 1000원으로 못박으면서 배당 하방선을 만들었다. 여기서 핵심은 배당수익률 숫자가 아니라 배당을 줄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나는 구조인지다. 맞벌이 부부 중 한쪽이 종합소득세 24퍼센트 구간에 걸려 있다면, 배당소득이 늘수록 세 부담도 같이 커진다. 반대로 한쪽이 6퍼센트나 15퍼센트 구간이라면 배당주 계좌를 그쪽 명의로 몰아주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남편 연봉 7200만원, 아내 연봉 4100만원인 부부 사례를 본 적 있는데, 배당주 비중을 아내 명의 계좌로 옮긴 것만으로 연간 세후 배당 실수령액이 18만원 넘게 늘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매년 반복되는 구조적 이득이라 무시하기 어렵다.

해법은 배당주와 ETF를 명의로 갈라 담는 것부터
ETF 투자에서 자주 보는 실수는 부부가 똑같은 상품을 각자 계좌에 중복으로 담는 경우다. 코스피200 ETF를 남편 계좌에도, 아내 계좌에도 넣어두면 분산 효과가 없다. 오히려 한 사람은 배당 ETF, 다른 한 사람은 성장형 ETF로 역할을 나누는 편이 전체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줄인다.
예를 들어 월 배당 ETF는 생활비 보조 목적으로, 나스닥100이나 반도체 ETF는 장기 자산증식 목적으로 나누는 식이다. 배당 ETF 쪽은 분배금이 꾸준히 들어오니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반면 성장형 ETF는 변동폭이 크지만 장기 수익률에서 격차를 벌리는 역할을 한다. 맞벌이라서 현금흐름에 여유가 있다면 이 두 축을 부부가 나눠 맡는 방식이 관리도 쉽고 세금 신고도 명확해진다. 다만 배당이 분기나 연 단위로 들어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정지출을 먼저 커버할 현금성 자산을 몇 개월분 확보해두고 그 다음에 비중을 나누는 순서가 안전하다.
미국주식은 ISA와 연금계좌로 우회한다
미국주식 직접투자는 양도소득세가 22퍼센트 붙는다. 연 250만원까지는 공제되지만 그 이상은 고스란히 세금이다. 맞벌이 부부라면 각자 ISA 계좌를 따로 만드는 게 기본이다. 1인당 한도가 있어서 부부가 각각 개설하면 실질적으로 두 배의 비과세 혜택을 받는 셈이다.
연금저축이나 IRP를 통해 미국 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경우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가 이연되고,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세율이 3.3퍼센트에서 5.5퍼센트로 낮아진다. 다만 각 계좌의 한도와 세제 혜택은 가입 시점이나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정확한 조건은 국세청 홈택스나 가입한 증권사 세무 안내 자료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개별주는 신주발행 비율부터 먼저 본다
SK디앤디는 기존 발행주식의 약 240퍼센트에 달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하다가 금감원 제동이 걸렸다. 기존 주식 1861만 7382주의 2.4배 수준을 새로 찍겠다는 계획이었으니,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가치가 크게 희석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리스크 관리 업무를 하면서 느낀 건데, 이런 대규모 유상증자 뉴스는 주가가 상한가를 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단기 수급으로 급등한 것과 펀더멘털이 좋아진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맞벌이 부부가 여윳돈으로 개별주에 투자할 때는, 발행주식수 대비 신주 발행 비율이 30퍼센트를 넘어가는 공시가 나오면 일단 매수를 미루고 지켜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실제 숫자로 나눠보면 이런 그림이 된다
맞벌이 부부의 월 투자 여력이 143만원이라고 가정해보자. 배당주와 배당 ETF에 58만원, 성장형 ETF에 51만원, 개별주 매매용으로 34만원 정도 나누는 방식을 종종 추천한다. 비율로 보면 배당 자산이 40퍼센트, 성장 자산이 36퍼센트, 개별주가 24퍼센트 수준이다.
여기서 개별주 비중을 24퍼센트보다 늘리고 싶다면, 최소한 한쪽 배우자의 계좌는 ETF와 배당주로만 채워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방어선을 만들어두는 게 낫다. 한쪽이 개별주에서 손실을 봐도 다른 계좌가 버텨주면 가계 전체의 타격은 줄어든다. 소득이 두 개라는 건 그만큼 리스크를 나눠 담을 그릇이 두 개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외 하나, ISA 자체가 막히는 경우가 있다
맞벌이 부부가 ISA를 각자 개설하려고 할 때 순서를 잘못 잡는 경우가 많다. 계좌부터 트고 상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두 사람 다 가입 자격이 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서민형 ISA는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나 종합소득 3800만원 이하인 경우에 해당되고, 이 조건을 넘으면 일반형으로 가입된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함정이 하나 있는데, 부부 중 한쪽이 직전 3개 과세연도 중 한 번이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였다면 그해 소득이 낮아졌어도 ISA 가입 자체가 막힌다. 배당주나 채권 이자가 많았던 해가 있었다면 이 부분부터 점검하고 계좌 개설 순서를 정하는 게 안전하다. 이 경우는 명의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그릇 자체가 생기지 않는 예외적 상황이라, 다른 원칙보다 먼저 체크해야 한다.
결국 갈라야 하는 건 배당주 대 ETF가 아니다
같은 종목,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어느 계좌에 어떤 명의로 담느냐에 따라 세후 수익이 달라진다. 국내상장 고배당주나 해외ETF는 분배금과 매매차익 모두 15.4퍼센트 배당소득으로 과세되고 종합과세에 합산되는 반면, 국내주식형 ETF는 매매차익이 비과세다. 이 둘을 소득이 낮은 배우자와 높은 배우자로 나눠 담으면 같은 비중에서도 실효수익률이 달라진다.
그런데 더 근본적으로 보면, 맞벌이라는 조건 자체가 이미 부부 둘 다 국내 기업 급여에 인적자본이 묶여 있는 상태다. 여기에 국내 고배당주까지 은행이나 보험, 통신, 지주 같은 경기민감 섹터로 채우고 코스피200 ETF까지 얹으면, 배당주와 ETF를 나눈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원화와 한국 경기라는 같은 리스크에 세 겹으로 몰려 있는 셈이다. 진짜 분산의 축은 배당주와 ETF 사이가 아니라 원화 자산과 달러 표시 자산 사이에 있다. 배우자 한쪽의 연금저축이나 IRP 계좌를 해외 지수 ETF 전용 칸으로 비워두면, 세액공제 900만원 한도를 챙기면서 동시에 원화 자산 편중도 풀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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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학사
전직 트레이더 겸 펀드매니저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에서 체감했던 금융과 자산관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소개 더 보기